오애순 시집 『폭싹 속았수다』, 드라마보다 깊은 시의 울림

지난주, 많은 이들의 사랑을 받았던 드라마 <폭싹 속았수다>가 조용히 막을 내렸습니다. 그 여운이 너무도 길게 남아 이렇게 또 글을 쓰게 되었습니다. 특히 마지막 회에 등장한 오애순 시집 『폭싹 속았수다』는 단순한 드라마의 장치가 아닌, 인생을 시로 기록한 문학 작품으로서 진한 감동을 안겨주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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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당꽃 출판사에서 피어난 한 권의 시집

극 중 오애순이 오랜 시간 가슴속에 품고 있던 시집 출간의 꿈을 이룬 장면은 시청자들의 마음을 적셨습니다. 시집의 표지는 유채꽃이 흐드러지게 핀 제주의 들녘을 배경으로 하고 있으며, 그 위에는 다음과 같은 문장이 적혀 있습니다.

“꿈만 같이 아름다운 이야기에 어쩐지 눈물이 났다.”
“죄송합니다. 감사합니다. 사랑합니다.” - 편집자 주 -

그 문장만으로도 시집의 분위기와 정서가 전해지는 듯합니다. 삶을 담은 시, 시대를 껴안은 이야기, 그리고 무엇보다도 ‘엄마’라는 존재의 깊이를 담아낸 문학적 기록이 아닐까 싶습니다.

시로 담은 제주, 시로 남긴 삶의 조각들

오애순 시인의 시에는 특별한 문학 기법이 없습니다. 다만 그 속에는 진심이 있습니다. 제주 방언 특유의 따뜻함, 유머 뒤에 숨은 고단한 삶, 그리고 잔잔한 그리움이 녹아 있습니다.

《개점복》

허구헌날 점복 점복.
딸보다도 점복 점복...

이 시는 생계를 위해 바다와 싸워야 했던 어머니들의 이야기입니다. 짧은 문장들이 모여, 어느새 우리 어머니의 손을 떠올리게 만듭니다.

《ㅊㅅㄹ》

있으면 귀찮고, 없으면 궁금하고...
입 안에 몰래 둔 알사탕처럼...

사랑은 늘 양가적인 감정입니다. 쉽게 말할 수 없고, 쉽게 설명할 수 없기에 오히려 이처럼 단순한 문장들이 더 깊게 와닿습니다.

《두고 가는 마음에게》

어려서는 손 붙들고 있어야 따신 줄 알았는데
이제는 곁에 없어도 당신 계실 줄 압니다...

이 시를 읽고 울지 않을 수 있을까요. 세상 모든 딸과 어머니에게 바치는 시. 그리고 살아온 삶 자체가 한 편의 시였음을 일깨워줍니다.

영원한 문학소녀, 오애순이라는 존재

오애순은 드라마 속 인물이지만, 현실 속에도 분명 존재하는 수많은 여성들의 상징입니다. 가족을 위해 꿈을 접고 살았지만, 결국 잃지 않았던 마음. 그녀가 시집을 내는 장면은 단순한 성공이 아니라, ‘인정’받는 순간이었습니다. 그녀의 문학적 재능보다 더 감동적인 것은, 그 속에 녹아든 진심과 세월이었습니다.

기억에 남는 명대사, 그리고 우리 모두의 이야기

드라마의 마지막 장면에서 금명은 묻습니다.

“엄마는 어떻게 그렇게 영원히 소녀야? 그래서 엄마는 지금 또 봄이야?”

오애순은 이렇게 답합니다.

“응… 또 봄이지, 봄.”

이 짧은 대사는 인생의 본질을 꿰뚫습니다. 인생은 직선이 아닙니다. 때때로 봄이었다가, 때때로 겨울이었다가. 그 속에서 계속 피어나는 작은 봄들을 우리는 살아갑니다.

오애순 시집, 진짜로 출간되기를

극 중 설정일 뿐이지만, 많은 팬들은 실제로 오애순 시집이 출간되기를 바라고 있습니다. 손글씨 원고 그대로, 혹은 작가 임상춘님의 비하인드와 함께 출판된다면 단순한 드라마 굿즈를 넘어 문학적으로도 가치 있는 책이 될 것입니다.

그 시집이 현실이 된다면, 그건 단지 한 인물의 이야기가 아니라 우리 모두의 삶에 대한 헌사가 될 것입니다.

마무리하며: 다시 만날 봄처럼

드라마는 끝났지만, 이야기와 감정은 계속 이어집니다. 『폭싹 속았수다』는 단지 드라마 제목이 아닌, 우리 인생의 작은 고백이자 시와도 같은 말이 아닐까 싶습니다.

“다시 만날 봄까지, 만날 봄인 듯 살겠습니다.”

참 좋은 드라마였습니다.
그리고 참 따뜻한 시집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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